볼더링으로 삶과 힘을 되찾은 파비아

문화

암을 이겨내고 자신의 힘과 삶의 목적을 재발견한 후 열정을 되찾은 앨버커키의 등반가를 만나보세요.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10월 24일
8분 예상
볼더링으로 삶과 힘을 되찾은 파비아

‘집 밖으로’는 자연과 교감하며 삶의 균형을 찾고 있는 일상의 선수들에 관한 시리즈입니다.

오후 8시,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외곽, 파비아 두빅(Favia Dubyk)의 헤드램프는 매주 찾는 석회암 동굴 ‘더 템플’에서 다음 핸드홀드를 비춥니다. 불빛에 이끌린 나방 떼가 얼굴 주위로 날아다닙니다. 대낮의 열기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고 파비아의 몸은 땀으로 번들거립니다. 그녀는 벌써 한 시간째 달려드는 벌레를 손으로 쫓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계속해서 힘을 쥐어짜며 올라갑니다. 이 코스는 전문가 레벨인 V11 등급으로, 벽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바짝 잡고 있어야 하는 미끄러운 언더클링과 손가락 끝으로 간신히 붙잡을 수 있는 작은 돌출부로 가득한 곳입니다. “정말 힘든데, 그나마 덜 힘든 곳이에요.” 그녀는 웃으면서 말합니다.

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등반을 마친 파비아는 크래시 패드를 챙겨 그녀의 개 ‘한스’와 함께 다시 산길을 내려옵니다. 집에 와서는 단백질이 풍부한 두 번째 저녁 식사를 하고 아드레날린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잠자리에 듭니다. 일주일 중 5일을 이렇게 반복하는 것이 그녀의 삶입니다. “힘들지만 제 삶을 사랑해요. 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이유죠.”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제 인생에서 암벽 등반보다 더 즐거운 활동은 없어요.”

볼더링으로 삶과 힘을 되찾은 파비아
볼더링으로 삶과 힘을 되찾은 파비아

파비아의 균형 감각은 암벽을 넘어 삶에서도 대단합니다. 올해 33세의 전문 등반가이자 내과의인 그녀는, 두 가지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해 일주일에 60~100시간은 의사 일을 하고 20~25시간은 암벽 등반을 합니다. 이런 노력은 누가 봐도 인상적이지만 더욱 감탄스러운 점은 암에서 회복한 파비아가 암벽 등반을 알게 된 것은 약 10년 전인 2012년으로, 암 진단을 받기 겨우 일 년 전이었다는 것입니다.

“암벽 등반을 시작하기 전에는 아웃도어 활동을 별로 하지 않았어요.”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전 아웃도어 등반이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보라고 하면 ‘뭐 하러 플라스틱으로 된 암벽을 타려고 밖으로 나가지?’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바위를 탄다는 걸 몰랐죠.” 그렇다고 파비아가 운동과 담쌓고 산 건 아닙니다. 그녀는 체조, 아이스 스케이팅, 승마를 하면서 자랐고 아웃도어 활동이나 하이킹보다는 주로 이런 스포츠가 본인 삶의 중심이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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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아는 2주에 한 번씩 주말에 가장 가까운 등반 지역까지 4~7시간씩 차로 이동하여 험한 바위를 등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매 주말 등반을 다니게 됐습니다. “점점 더 많은 것을 배우면서 아웃도어에 익숙해졌어요. 마을, 벌레, 하이킹까지도 익숙해지고 아웃도어 기술이 좋아졌죠.”라고 파비아는 말합니다. “진짜 바위를 등산화로 딛는 소리가 좋아요.” 그녀가 이야기하는 소리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것 같은 가볍고 약한 소리입니다. “등산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저와 바위가 하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만 파비아는 현지 등반계에서 자신이 몇 안 되는 흑인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거의 평생 흑인 대표 노릇을 하다 보니 익숙해졌죠.”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그러다가도 다른 유색 인종이 그녀 주변에 나타나면 신이 났습니다. “가끔 흑인이 짐에 오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죠.”

볼더링으로 삶과 힘을 되찾은 파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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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가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된 의대 과정을 따라가던 파비아는 2011년 가을부터 신체에 만성적인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학생 보건 센터의 간호사들은 그녀의 걱정을 일축하고 천식이라고 진단하면서 흡입기를 처방했습니다. “형편없는 사람들이었어요.”라고 파비아는 회상합니다. 그녀는 불편함의 원인이 당시 공부하고 있던 림프종이라고 의심했지만 그들은 의견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X선 촬영을 계속 요청했지만 거부당했죠.”라고 그녀는 덧붙입니다. 다음 해 6월에 이르러서는 증상이 몹시 악화되어 숨을 쉬고 음식물을 삼키기가 힘들어졌습니다. 한번은 등반을 하다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암벽에서 떨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한 달 후 의사들은 그녀의 가슴에서 13cm 크기의 종괴를 발견했고, 림프종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녀는 의대를 휴학하고 다음 해는 암 치료에 전념했습니다. “항암화학요법을 받았는데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어요.”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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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암벽 등반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암 진단을 받았지만 등반은 치료를 마친 후 그녀에게 살아갈 목적을 주었다고 합니다. “계속 살아야 할 이유를 얻었죠. 암벽 등반이 너무 좋아서 통증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그녀는 2013년 이후 암 치료에서 차도를 볼 수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암벽 등반만 다시 할 수 있다면 뭐든 이겨낼 수 있어요.”

파비아는 진단 전에 프로젝팅(특정 경로를 완벽히 등반하기 위한 시간을 쏟는 것을 뜻하는 등반계 용어) 중에 있었던 루트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웨스트버지니아주 모건타운 외곽의 쿠퍼스락 주립 삼림지에 있는 ‘헬리콥터’라는 V5 동굴이었는데, 지면까지의 높이가 너무 낮아 똑바로 앉아 있을 수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녀는 거듭해서 기술을 가다듬으며 마침내 성공적으로 정상에 도달했고, 이 성취는 아웃도어에 대한 그녀의 열정에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기 신체의 한계를 시험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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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을 하면 자신감이 솟아요. 바위를 보면 ‘저긴 도저히 올라갈 길이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길을 찾아내게 되면 기분이 끝내주죠.”라고 그녀는 설명합니다. “여러 가지에 있어서 자신에게 익숙한 수준을 넘어서야 해요. 용기, 근력, 퍼즐 등. 그러면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죠. 내 몸의 한계는 어디까지이고 내 정신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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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아의 몸이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다치면 회복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감염 확률도 더 높기 때문에 자상이나 찰과상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게다가 암 치료로 생긴 반흔 조직 때문에 활동성에 문제가 생겨 몇 년째 허리와 엉덩이 문제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다시 정상적으로 걷게 된 것도 불과 얼마 전이고, 등반 지역까지 하이킹하려면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약 20kg에 달하는 장비를 나르는 건 너무 힘들어요.”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대부분의 등반가는 발놀림이 등반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하지만 파비아는 병으로 인해 상체를 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그녀가 깎아지른 암벽을 올라가는 것보다 오버행 볼더링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리부터 떨어지면 제 엉덩이가 탈구될 거예요. 하지만 등으로 바로 떨어지면 엉덩이는 전혀 다치지 않죠.”라고 그녀는 설명합니다.

아웃도어는 파비아가 중심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지난 7년간 온종일 치료 과정에 전념해야 했던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로부터 암벽 등반은 탈출구가 되었습니다. “왜 날카로운 바위에 살이 쓸려 피가 나고 멍들면서, 뼈가 부러지고 죽을 위험까지 감수하는 걸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확실한 건 제가 문제 풀이와 퍼즐을 좋아한다는 거예요. 등반은 정신의 힘과 몸을 이용해 풀어야 하는 퍼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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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든 저만의 작은 세상에는 안전한 공간이 있어요. 그 공간이 바로 아웃도어예요.”

또한 파비아는 대자연을 품은 아웃도어에서 커뮤니티를 찾아냈습니다. 그녀는 아웃도어 모험 스포츠의 다양성 증진을 위한 플랫폼인 Melanin Base Camp에 기여하고 있으며, 자신의 웹사이트 Traverse Girl에 자신의 경험과 로우볼 등반에 대한 애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사람들에게 이 스포츠를 소개하는 일도 시작했습니다. “대학을 마칠 때까지 암벽 등반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제 경우처럼 암벽 등반이 누군가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파비아는 말합니다. “암벽 등반은 인생에서 반드시 해 봐야 할 일이라는 걸 그들도 알 수 있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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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아는 아웃도어 스포츠의 포용성을 높이려는 최근의 노력이 향후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합니다. 또 실내 암벽 등반장에서는 앞으로 인종, 성별, 실력에 상관없이 더 다양한 이들이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유색 인종과 암을 이겨낸 사람들을 위한 곳이 자연 속에 있음을 그녀를 통해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파비아는 “두세 시간 동안 제 머리는 온통 이 암벽을 올라갈 방법을 궁리하죠.”라고 말합니다. “제가 만든 저만의 작은 세상에는 안전한 공간이 있어요. 그 공간이 바로 아웃도어예요.”

글: 콜린 스틴치콤
사진: 에반 그린

게시: 2020년 9월

원게시일: 2022년 7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