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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영국의 가장 외딴 곳, 험준한 스코틀랜드 섬에 자리한 이 테니스 코트는 다양한 연령과 기량의 지역 주민들을 하나로 모읍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2년 10월 24일
9분 예상
부나바이니다르 테니스 코트 

'우리들의 경기장'은 스포츠를 통해 커뮤니티의 화합이 일어나는 장소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시리즈입니다.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의 아우터헤브리디스 제도에 속한 해리스 섬에는 약 20,000명에 이르는 강인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섬에 사는 약 50,000마리의 튼실한 양들보다 훨씬 적은 수이죠. 이들은 힘을 합쳐 세계적으로 유명한 특산품인 수공예 해리스 트위드를 만듭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유대관계로 촘촘하게 짜인 커뮤니티입니다.

눈을 감으면 파도치는 소리,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언덕에 점점이 흩어져 '매애' 하고 우는 양 떼의 합창, 그리고 매치 포인트를 두고 주민들이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역사 깊은 이 황량하고 광활한 공간에 생뚱맞게 자리 잡고 있는 건, 영국에서 가장 외딴 곳에 떨어진 테니스 코트인 부나베나디르(Bunabhainneadar)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나 다름없는 이 고립된 커뮤니티에서 이 코트는 중요한 생명선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 코트는 존재 자체만으로 누구든 지나가던 길을 멈추게 합니다. 몇몇 관광객이 사진을 찍기 위해 렌터카에서 내리기도 하죠. 마이크 브릭스(65세)가 “왜 그러세요?”라고 말하며 인공 잔디 위에서 손을 흔들면서 웃습니다. “테니스 코트를 처음 보시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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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향하는 도로를 뒤로 하고 짧은 산책에 나서는 마이크 브릭스와 아내 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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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공사를 도왔던 코트에 서 있는 론 테니스 협회 인증 코치인 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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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 파트너: 집에 온 듯 편안해 보이는 브릭스 부부.

마이크와 페기도 한때는 이곳의 관광객이었습니다. 매년 여름마다 언덕 꼭대기 위에 있는 오두막집을 빌려서 지내곤 했죠. 그러다가 1992년 오두막집을 팔 생각이라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은 브릭스 부부는, 그 집을 사서 잉글랜드 남부를 떠나 이곳에 아예 이주하기로 즉흥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해리스 섬은 알래스카 주노만큼이나 북쪽에 위치한 섬으로, 여름에는 목가적인 분위기로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지만 겨울에는 황량하고 외로우며 햇볕이 거의 들지 않고 북대서양에서 강력한 폭풍이 몰아치는 곳입니다.

도착하자마자 현지 의사를 방문했을 때, 브릭스 부부는 대부분의 외지인이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2년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브릭스 부부는 대부분의 외지인과는 달랐죠. “저희가 유일하게 그리웠던 건 마이크가 후배들을 양성하고 우리가 함께 경기했던 테니스 클럽 뿐이었어요.”라고 페기는 말합니다. 그래서 브릭스 부부는 커뮤니티를 위해 테니스 코트를 세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부나바이니다르 테니스 코트 
부나바이니다르 테니스 코트 

아들 에런에게 경기를 알려주는 제임스 맥고완.

부부가 이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이곳의 아이들은 도로에 낚시 그물망을 걸어두고 공을 주고받다가 트랙터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그물망을 도로 내려야 했습니다. “우린 테니스 코트가 이곳의 커뮤니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어요.”라고 페기는 말합니다.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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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섬의 풍경.

외지인이라면 현지인들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설문지를 배포하고 현지 주민들에게 정중하게 자문을 구한 결과, 그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분명했습니다. ‘브릭스 부부가 꿈꾸는 코트를 세우면 우리도 함께하겠습니다.’ 따라서 부지 매입 과정은 간단했습니다. “다행히도 당시 North Harris Estate의 소유주였던 조나단 벌머가 적극적인 지지를 보이며 단돈 1파운드에 그 땅을 우리에게 팔았어요.”라고 마이크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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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단순한 테니스 코트가 아니에요. 말 그대로 해리스 섬의 바위를 깎아 토대를 세운 곳이죠.”

앤드루 모리슨

부나바이니다르 테니스 코트 

코트는 자연 풍광과 잘 어울리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냥 단순한 테니스 코트가 아니에요. 말 그대로 해리스 섬의 바위를 깎아 토대를 세운 곳이죠. 그리고 이런 섬에서 그게 얼마나 큰 도전이었는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어요.”라며 해리스 호텔의 주인인 앤드루 모리슨은 말합니다. 62,000파운드를 모아 테니스 코트를 깔고, 비바람을 막는 목조 부속 건물을 세우는 데에는 4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들은 집회를 열고 모금 운동을 하였으며, 전 세계의 테니스 프로 선수들과 유명한 테니스 팬들에게 총 50파운드의 금액으로 아우터헤브리디스 테니스 클럽의 영구 회원이 될 수 있다고 직접 편지를 쓰는 등의 노력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메일이 없던 시절인데다, 팩스는 너무 번거로죠.”라고 마이크는 말합니다. “그래서 그냥 편지를 썼어요. 500통이나 말이죠.” 이러한 노력이 사람들을 움직였습니다.

회원 가입 신청서가 쏟아져 들어왔죠. 심지어 테니스 전설인 버니 오스틴도 호주에서 5파운드를 보내왔습니다. “아마 다들 테니스 코트를 세운다는 이 낭만적인 계획을 흥미롭게 생각한 것 같아요.”라고 페기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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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주민들에게 테니스는 친목 위한 스포츠입니다.

경기장 옆 부속 건물에서 방문자 명단을 훑어보면 멀게는 뉴질랜드, 캐나다, 아르헨티나로부터 온 손님들이 90분간 코트 사용 예약을 위해 연회비 17파운드를 납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코트는 기본적으로 사교적인 친목과 운동을 통한 교감의 진가를 알아보는 모든 연령대의 현지 주민을 위해 연중 내내 열려있습니다. 여기에 브릭스 부부는 매년 박싱 데이(크리스마스 다음 날)에 연례 테니스 토너먼트를 주최하고 따뜻한 멀드 와인과 민스 파이를 제공하며 선수들과 관중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격려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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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와 휴 모리슨과 복식 경기를 하는 댄 믹키넌과 존 매클라우드.

앤드루(오른쪽 상단, 오른쪽 하단[왼쪽])와 휴 모리슨(오른쪽 하단[오른쪽])과 복식 경기를 하는 댄 맥키넌(왼쪽 상단[왼쪽] 및 왼쪽 하단)과 존 매클라우드(왼쪽 상단[오른쪽]).

이 섬에서 나고 자란 농부 존 매클라우드는 “이전에는 한 번도 테니스를 쳐본 적이 없었지만 코트가 생긴 이후로는 정기적으로 테니스를 치고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브릭스 부부는 현지 학생들에게 테니스 경기 방법을 가르쳐왔으며, 인근 탈버트의 해리스 호텔을 100년이 넘도록 운영해 온 모리슨 가족을 포함해 지금까지도 테니스를 계속하고 있는 몇몇 이웃들을 언급합니다. “다른 곳에 살았다면 실제로 테니스를 했을지 장담할 수는 없죠. 하지만 이러한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에요.”라고 앤드루는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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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나 맥키넌, 루스 해밀턴, 모락 맥도널드, 크리스틴 맥밀런, 다이애나, 페기, 다이애나, 루스, 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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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건 이곳은 테니스를 위한 곳,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테니스 코트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어요.”라고 마이크는 말합니다. 마이크는 론 테니스 협회의 인증을 받은 코치일 뿐만 아니라 하타 요가 자격증을 보유한 요가 강사입니다. 페기 역시 자격을 갖춘 개인 트레이너이자 장년층의 활동성 개선을 전문으로 하는 필라테스 강사입니다. 브릭스 부부는 할 수 있을 때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야외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진행합니다. 신선한 공기와 근사한 풍경이 몸은 물론 마음과 영혼까지 움직이게 합니다. 페기는 “절경 속에 다채로운 컬러의 매트가 깔려 있고 그 위에서 사람들이 다리를 높이 들어 흔드는 모습을 보면 정말 사랑스러워요.”라고 말합니다.

전 세계의 관광객들은 이색적인 풍경을 찾아 이곳을 방문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위해 섬 전역에서 이곳을 찾아옵니다. “이곳은 제법 큰 명소가 되었죠.”라고 마이크는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비 오는 날, 한 시간이나 걸려서 수업을 들으러 섬 반대쪽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페기는 덧붙입니다.

부나바이니다르 테니스 코트 

글: 휴고 맥도널드 
사진: 토리 페렌츠

게시: 2020년 9월

원게시일: 2022년 7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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